“이렇게 해도 트럼프가 이기고, 저렇게 해도 트럼프가 이기네요.”
23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4차 관문인 서부 네바다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70)가 득표율 45.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자 폭스뉴스는 이렇게 논평했다. 동북부의 뉴햄프셔(9일), 남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20일)에 이어 파죽(破竹)의 3연승이다.
트럼프의 네바다 승리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관심거리는 히스패닉의 표심이었다. 네바다 주는 히스패닉이 27.8%로 미 평균(17.3%)보다 10.5%포인트나 많은 곳이다. 히스패닉 비중으론 뉴멕시코(47.7%),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각각 38.6%), 애리조나(30.5%)에 이어 5위다. 플로리다(24.1%)보다도 많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으로 넘어오는 멕시코 불법이민자는 살인범이나 강간범이다. 대통령이 되면 불법 체류자 1100만 명을 즉각 추방할 것”이라고 말해 히스패닉 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네바다가 그런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쿠바계 이민자 집안 출신인 마코 루비오(45·플로리다)와 테드 크루즈(46·텍사스) 상원의원이 네바다에서 얻은 득표율(23.9%와 21.4%)을 합쳐도 트럼프를 못 따라간다.
CNN 입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네바다에서 모든 인종집단과 모든 연령대, 모든 학력 집단과 성별 집단에서 빠지지 않고 1위를 차지했다. CNN은 “이제 끝났다.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폭스뉴스도 “누가 어떻게 트럼프를 막겠느냐”고 논평했다.
트럼프는 네바다에서 ‘득표율 40%의 천장’도 뚫었다. 그는 1차 아이오와에서 24.3%(2위), 2차 뉴햄프셔에서 35.3%(1위), 3차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32.5%(1위)를 얻으면서 “40%를 못 얻는 아슬아슬한 1위”란 지적을 받았다. 공화당 지도부는 “본선 경쟁력이 있는 루비오가 트럼프의 대항마가 되면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이날 “내일이 되면 ‘트럼프를 뺀 모든 후보의 표를 합치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비꼬면서 “후보들이 사퇴하면 그 표가 나한테 더 많이 온다”고 장담했다. 이어 “(내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는 데) 앞으로 두 달도 안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네바다에서도 2위 자리를 루비오에게 내준 크루즈는 “다음 달 1일 슈퍼 화요일을 기대하라”고 말했다. 그는 “경선 1, 2, 3차전에서 1위를 한 적이 없는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된 적이 없다. 1위 해본 후보는 나(아이오와 코커스 승리)와 트럼프뿐이다. 앞으로는 두 캠프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크루즈가 루비오와 2위 다툼을 계속하는 한 트럼프가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