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두 부류의 리더를 만난다. 조직의 일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고 지휘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리더와 담당자들에게 실무를 위임하고 자신은 큰 틀과 방향 정도만 제시하는 리더다.
전자처럼 모든 일을 손바닥 보듯 하며 일일이 지시하는 리더는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하 직원들은 큰 고민 없이 지시받은 사항만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 부류의 리더는 ‘주역’에서 땅을 상징하는 ‘곤괘(坤卦)’에, 음양 이론의 음(陰)에 해당한다. ‘곤’은 변화나 성장보다는 안정과 내실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구체적이고 세세한 것까지 배려하고 챙기는, 마치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이 방면의 전형적인 리더는 고대 하(夏)나라의 우임금이다. 우임금은 13년간 온 중국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치수(治水) 사업을 직접 챙겼다.
후자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밑그림을 그리고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시하며, 세부적인 일은 실무자에게 맡긴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편할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한 업무처리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리더가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으며 조직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역’에서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乾卦)’에, 음양 이론의 양(陽)에 해당한다. ‘건’은 진취적이며 대외적 활동을 좋아한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통이 크다. 이 스타일의 전형적인 리더는 순임금이다. 순임금은 실무를 신하에게 일임하고 간여하지 않은 ‘무위의 정치(無爲之治)’를 펼쳤다고 전해진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