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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軍의 ‘다나까’ 화법

입력 | 2016-02-25 03:00:00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여주인공 고아라는 데뷔 직후 독특한 말투로 선배들의 주목을 받았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또래 연예인들과 달리 그는 ‘안녕하십니까’ ‘조심히 들어가십시오’처럼 각 잡힌 말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에게는 ‘∼했습니다’ ‘∼하나’ ‘∼입니까’로 문장을 종결하는 군대식 말투가 몸에 배었던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의 ‘여군 특집’에는 교포 혹은 외국인 출연자가 ‘다나까’ 화법에 막혀 얼차려를 받는 해프닝이 단골로 등장한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가수 지나는 “다나까가 노래 제목이냐”고 물었다가 ‘군대 무식자’란 소리를 들었다. 2기 멤버인 ‘에프엑스’의 엠버는 미국 태생의 대만계 미국인이다. 그는 서툰 한국말에 ‘다나까’를 접목하려다 엉뚱한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소대장과 대화하다 말이 막힌 순간 엠버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냥 잊으시오’라고 외쳤는데 방송 직후 ‘잊으시오’가 큰 인기를 모았다. 재미교포 래퍼 제시도 팔굽혀펴기 숫자를 세던 중 군대 말투를 구사하지 못해 소대장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남성에게도 신병훈련소에 들어간 순간부터 강요받는 ‘다·나·까’ 말투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썼던 “안녕히 주무세요” “일어나세요”라는 자연스러운 말투를 버리고 “안녕히 주무시지 말입니다” “일어나셔야 하지 말입니다”라고 선임병에게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리 없다. 최근 국방부는 후임병이 선임병과 대화할 때 ‘∼하십시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일선 부대에 ‘다나까 말투 개선 지침’을 배포했다. 고참 횡포로 사고가 잦은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노력이다.

▷찾아보니 육해공군 규정 어디에도 병사들의 말투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그런데도 언제부턴가 정체불명 화법이 군대의 공식 말투처럼 받아들여졌고 아무 이의 제기 없이 전 군에서 무조건 따라 한 것이다. 억지 춘향식 말투를 강요한다고 군의 기강이 바로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참에 애먼 병사들을 불필요하게 고생스럽게 만드는 다나까 문화를 죄다 걷어내면 좋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