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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더민주 김종인, 햇볕정책과는 다른 대북정책 내놓아야

입력 | 2016-02-26 00:00:00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으나,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는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호남과 중도층을 겨냥해 “낡은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호남에서 제2, 제3의 김대중(DJ)으로 자라날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 ‘호남불가론’이 사라지게 하겠다는 각오는 국민의당에 밀리고 있는 호남에 대한 구애(求愛)다.

더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 호남에서는 안철수 의원 등이 이끄는 국민의당과 혈투를 벌여야 한다. 피차 호남 선거에서 실패하면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후보 단일화 같은 야권 연대가 안 되면 새누리당 및 국민의당과 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중도층, 나아가 개혁적 보수층을 공략하지 않고는 승산이 낮다.

선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실천이 따라야 한다. 김 대표가 진정 북한 핵에 대한 우려에서 햇볕정책의 종언으로 간주되는 ‘대북정책의 진일보’를 언급했다면 우선 더민주당이 그간 북을 두둔했던 행태부터 반성해야 옳다. 북의 대남 도발과 핵·미사일 개발에 분명한 어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북한인권법 처리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 당장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북핵에 맞서는 햇볕정책의 대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더민주당이 낡은 과거와 단절하고 대안정당이 되려면 당에 깊숙이 뿌리 내린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 체질의 청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결과가 민생과 경제, 안보 관련 입법의 발목잡기로 나타났다. 낡은 체질 개선은 구호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어야 가능하다. 더민주당이 그제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 현역 의원 10명을 발표했지만, 정작 정청래 의원처럼 진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을 일삼거나 운동권 체질에 찌든 인사들은 대부분 빠졌다.

김 대표 체제의 더민주당은 3선 이상 중진 50%, 초·재선 30%를 대상으로 정밀심사를 벌여 추가로 공천 배제자를 가려내겠다는 각오다. 어제 운동권 출신의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광주 북갑 강기정 의원 지역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천혁신’이 아니라 ‘공천쇼’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