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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전공 책부터 독서실 자리까지 빌려 써요”

입력 | 2016-02-26 03:00:00

SNS ‘공유서비스’ 인기몰이




‘사자니 비싸고, 물려받자니 번거롭고, 복사하자니 법에 걸리고….’

지난해 8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교재를 구하느라 머리를 싸매던 대학생 김은지 씨(21·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대학 교재 공유서비스 ‘빌북’(www.bilbook.kr)을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대학 교재를 한 학기 내내 빌려주는 서비스였다. 김 씨는 책 제목 등 간단한 몇 가지 정보로 검색한 뒤 정가 5만 원에 가까운 경영통계학 원서 새 책을 1만 원대에 빌릴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역시 빌북을 알게 된 고나현 씨(20·여)는 ‘내가 쓰던 책을 팔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어느 정도 필기가 돼 있어도 팔거나 맡길 수 있는 데다 내가 맡긴 책을 누군가가 빌리면 수익금 일부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이 독특했다. 빌북에 교재 6권을 올렸다는 고 씨는 “선후배 간 책 물림도 한계가 있지 않느냐”며 “깨끗하게 쓴 책은 팔 수 있고, 필요한 사람은 싸게 살 수 있어 윈윈이다”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공유경제’ 바람이 거세다. 대학생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다. 빌북은 정식 서비스 개시 전인데도 전국에서 교재 1만여 권이 들어왔다. ‘쏘시오’는 이용자들이 쓰지 않는 물품들을 나누거나 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이다. 카메라, 오디오 등 비싼 물품도 하루 몇천 원이면 빌릴 수 있다.

사설 독서실과 제휴해 남는 자리를 지정석보다 훨씬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공독’(www.gongdok.com)은 주머니가 가벼운 취업준비생, 고시생들에게 인기다. 비싼 공연 소품이나 무대 세트를 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공쓰재’(www.twr.or.kr)에서는 대학 연극동아리나 연극학과 대학생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저성장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마트폰과 모바일에 익숙한 대학생 등 2030세대가 공유경제에 열광한다. 이병태 KAIST 교수(경영학)는 “이미 생산된 물건과 서비스를 재사용하는 일은 기성세대보다 환경문제에 예민한 젊은이들의 가치관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들은 단순히 ‘스마트한’ 대여사업에서 더 나아가 이용자들을 공유의 전 과정에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2세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공유할 물건 자체를 이용자에게서 공급받아 다른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