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석좌교수는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렸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예비고사 전국 수석이었으며 본고사를 치르던 시절인 1970년 서울대에 수석 입학하는 실력을 뽐냈다. 그런 그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유학 가서는 기가 죽었다. 외우고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데는 앞섰지만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많은 미국 학생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박사과정 때 ‘전산고체물리학’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했다. 1998년에는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다발로 묶으면 반도체 특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후 수소를 고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물질구조를 발견하는 괄목할 성과를 냈다. 2011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학술단체인 미국과학학술원(NAS) 종신회원이 된 국내 첫 물리학자가 됐다. 주 6일 연구실을 지키면서도 시간이 아까워 욕을 먹을지언정 대학 보직을 맡지 않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연구 덕목으로 창의성을 꼽는다.
이 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