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변회 국제이사 겸 법제연구원 부원장
대법원 재판연구관와 기업체 변호사, 교수를 두루 거친 최승재 변호사는 신뢰를 생산하는 변호사는 적정 숫자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만6000’ 대(對) ‘2만395’.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3만 5429개)보다 많다는 대한민국의 치킨집 수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한변협에 등록된 변호사 회원 수다. 변호사 수와 퇴직한 사람 셋 중 하나는 차린다는 치킨집 수를 나란히 놓은 이유는 현재 한국 사회의 ‘과잉 공급’을 대표하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단연 물음은 하나다. 과연 적정 수라는 것은 존재할까.
“적정 변호사 수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몇 명이냐를 특정한 점으로 찍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적정 수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힘이죠.”
최 변호사는 “변호사의 본령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고 제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를 통하면 법률과 규정에 의해 일이 처리될 것이라는 신뢰, 변호사는 규범을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가 생긴다는 것이다.
“치킨과 같은 소비재는 시장에서 적정 수가 정해지겠지만 변호사는 다르죠. 변호사가 과잉공급이 되면 즉각 사회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옵니다.”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는 변호사가 수임 경쟁 등에 내몰려 돈벌이만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재앙이 시작된다는 지적이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 수 급증이 자연스레 변호사의 질 저하를 야기하고 변호사 징계로는 막을 수 없는 신뢰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도 덧붙였다.
변호사 2만 명 시대, 변호사 개인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은 생존 경쟁력의 필요조건이 됐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삼성SDI 사내변호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최 변호사라면 답이 있을까. 그는 “변호사는 야전에서 실력이 쌓인다. 설령 현재 맡은 분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피하지 말고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길러야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기보다는 좋아하는 분야에 혼신을 다하면 길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