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북한과 함께 ‘악(惡)의 축’으로 불렸던 이란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복귀하자 이란 국민들도 총선에서 개혁파에게 압승을 안겨주며 친(親)서방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란 내무부는 27일 의회(마즐리스) 의원을 뽑는 총선의 44% 개표 결과 최대 격전지인 수도 테헤란에서 개혁중도파가 30석 중 29석을 휩쓸었다고 발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총 88명) 선거에서도 개혁파가 테헤란에서 약진했다. 테헤란에서 뽑는 16명 위원 중 개혁중도파가 14명, 보수파는 단 2명으로 집계됐다(개표율 38% 기준). 개혁파의 대부(代父)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1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2위를 달리고 있다.
개혁중도파 후보는 다른 지역구에서도 선전해 보수파에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1¤2일 나온다. 현재 의회는 290석 중 보수파가 1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유권자 8000만 명 가운데 60%인 30세 미만의 젊은층의 표심이 결과를 주도했다. 대외적으로는 개방, 내부적으로는 자유 확대를 원하는 젊은 유권자들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투표인증 샷을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훌쩍 넘어서도 긴 줄이 늘어서자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2차례나 마감 시간을 연장해 자정이 다 돼서야 투표가 끝났다. 투표율은 60%를 넘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17년 재선을 노리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국민이 정부에 더 많은 신뢰와 권력을 준 것”이라며 “국내외의 역량과 기회를 모아 이란 경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