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구멍’ 논란에 수익 악화 겹쳐
28일 신한카드 고위 관계자는 “사고가 빈발하는 기프트카드에 대해서 발행을 중단하는 방안을 포함해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가 기프트카드 발행을 중단하거나 발행 물량을 축소하면 다른 카드사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프트카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품”이라며 “신한카드에서 먼저 움직이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처음 도입된 기프트카드는 간편함과 익명성을 앞세워 발행 첫해에만 6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갈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고 2010년 2조4000억 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이후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도 카드사로서는 탐탁지 않다.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돼 기프트카드의 수수료도 0.5%포인트씩 감소했다. 고객이 10만 원짜리 기프트카드를 연매출 2억 원 초과 3억 원 이하인 가맹점에서 사용하면 수수료로 10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프트카드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인지세 등을 포함해 1300원 정도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구조다. 금융 당국이 “기프트카드 보안 절차를 강화하라”며 카드회사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비용이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 당국은 기프트카드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2일 최근 정보 유출 사고가 난 카드사 2곳을 시작으로 기프트카드를 발행하는 카드사에 대한 보안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두 회사에 대한 징계 수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만 원이 넘는 고액 기프트카드의 경우 복제가 쉬운 마그네틱 방식이 아닌 집적회로(IC)칩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기프트카드 부정 사용이 계속되는 만큼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신용카드처럼 IC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기프트카드와 관련해 보안 절차뿐 아니라 기프트카드 유통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지 사업 전반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기프트카드 발행 중단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기프트카드에 대한 수요가 있고 기프트카드 발행이 일종의 고객 서비스인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어서다. 또 국회가 유효기간이 지난 신용카드 포인트와 소멸시효를 넘긴 기프트카드의 잔액을 기부금으로 돌리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점도 걸림돌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고 있는 상황에 카드사들이 기프트카드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정치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기명 선불카드. 사용금액이 미리 충전돼 있어 상품권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백화점과 계열 대형마트에선 사용할 수 없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