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선용한 교수
크룹은 소아 호흡기 질환 중 단시간에 치료법이 가장 크게 변화한 질환이 아닌가 싶다. 후두는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입구여서 완전히 막혀버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극단적인 크룹의 경우 폐쇄가 심해 저산소혈증이 일어나 뇌가 손상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가습이 후두 경직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다고 해 응급실에 ‘크룹텐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비닐로 만든 텐트 구조물에 부모와 질환에 걸린 아이가 들어가고, 여러 대의 가습기를 텐트 안으로 향하게 해 습기를 뿜어내게 하는 식이다. 효과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밤새 응급실 한쪽 구석에서 숨쉬기 힘들어하는 환아를 지켜야 했다. 기침 소리가 줄어들면 혹시 기도삽관이 필요한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걱정했던 기억도 있다. 아침이 되면 습기 때문에 부모도, 아이도 흠뻑 젖어 텐트를 나와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원시적인 방법이다.
새로운 치료법의 대부분은 세대를 넘어 오랜 준비와 시행착오 끝에 정립된다. 그러나 가끔은 무도한 도전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의료진과 연구자들의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