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보는 눈이 한 달 새… 기대 실망, 분노, 안도로 널뛰기 중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지나친 경원도 국익에 도움 안돼 중국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진정성 갖고 북핵 폐기 앞장서도록 냉정하고 끈기 있게 지켜봐야
심규선 대기자
하지만 중국의 태도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첫째, 중국의 결정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중국의 입장이 바뀐 것은 결코 한국이 기대하고 실망하고 분노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보는 것은 착각이고, 그렇게 보이는 것은 착시다. 중국의 결정이 ‘이번에는’ 한국의 희망과 일부 합치했다고 보는 게 옳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리의 국익을 위해 경시해서도, 경시할 수도 없는 국가라는 사실이다. 한중 관계가 자칫 시류에 영합한 내셔널리즘에 휘둘린다면 한국 외교의 운신은 더 힘들어진다. 이는 국익을 해친다. 중국과의 외교에서 단기적 득실이나 최고지도자 간의 친분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는 박근혜 정부 3년이 증명한다.
중국은 벌써부터 한국과 미국에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에 논의하라는 제안이 그렇다. 핵 포기가 먼저라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다. 사드 배치 유보에 암묵적으로 합의했을지도 모른다는 미중 빅딜설은 한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미국의 태도는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강대국이 하는 외교는 참 편하다. 외교 방향을 트는 데 고민할 것도 별로 없고,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 점을 간과했다가 종종 후회한다.
북핵 문제는 남북문제를 넘어 동북아에서 점점 격해질 미중의 전략적, 구조적, 상시적 대립의 소산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미동맹, 한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대롱을 통해 중국을 보는 이관규천(以管窺天)의 잘못을 피할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얼마 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2016년의 주요 이슈 10개를 제시했다. 협력과 갈등이 일상화되는 동북아시아, 중국 뉴노멀의 향배, 북한 병진정책의 딜레마, 미국 대선과 국제질서 향방, 평행선을 달리는 미중 경쟁의 뉴노멀, 중동 혼란의 일상화, 통합에서 분열로 가는 유럽연합, 포스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제하의 국제 통상질서 재편, 새로운 기후변화 레짐의 등장, 저·중강도 사이버전의 일상화 등이다. 중국을 빼고는 논할 수 없는 이슈가 대부분이다.
북한의 핵 포기는 긴 여정이다. 서방이 똘똘 뭉쳐 이란의 핵개발을 단념시키는데도 최소한 13년이 걸렸고,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에 맞서 50년 이상을 버텼다. 19세기 왕조국가 북한이 어떻게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든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감정까지 통제할 수는 없으나 감정이 정책을 지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만 중국이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되길 포기한다면 비판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