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revenant)는 라틴어 다시(re)와 오다(veno)에서 온 말로 몸은 무덤에 두고 돌아온 혼, 즉 유령을 뜻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예술에서 주체는 현전하는 것도 아니고 현전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난해한 이론을 펼치면서 팬텀이 아닌 이 고풍스러운 단어를 사용했다. 영화 속 디캐프리오는 유령은 아니지만 죽음에서 돌아온 자다. 치명적 부상을 입고 무덤에 버려졌으나 살아 돌아와 복수하는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사진작가 애니 리버비츠가 찍은 디캐프리오의 흑백 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서 디캐프리오는 죽어가는 백조의 긴 목을 자신의 목에 두른 채 안고 있다. 어릴 적 꿈이 해양생물학자였던 디캐프리오는 2000년 영화 ‘비치’를 찍으면서 환경주의자가 됐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호흡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촬영한 2015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온난화로부터 우리의 아이들을 지키자”고 역설해 공감을 끌어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