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野 전략수정 긴박했던 하루

이종걸에 두 손 든 원유철 야당이 테러방지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일주일째 끌어온 필리버스터를 중단키로 함에 따라 선거구 획정안 처리도 가능해졌다. 29일 오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대화 도중 야당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들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당초 전날 국회에 제출돼 안전행정위원회까지 통과한 선거구 획정안 처리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29일에도 중단됐다. 이날 야당은 필리버스터 종료를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하루 종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야에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강행’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결국 의총 직후 열린 김종인 대표 주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 野 명분보다 현실 선택
앞서 이날 오후에 열린 1차 의총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정회하면 필리버스터를 잠시 중단하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북 3선인 최규성 의원은 “선거법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주면 고개를 못 든다”며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는 10일 밤 12시 자동 종료된다. 그러나 당 전략공천위원장인 김성곤 의원은 “후보 신청도 받고 심사도 해야 되는데 못하고 있어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10일까지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오늘 바로 중단하면 개혁 성향 유권자는 (야당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1차 의총 직후 김종인 대표는 긴급 비상대책위원 간담회를 열어 이 원내대표와 필리버스터 출구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끝낼 때 더 잘해야 한다”며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 끝까지 버틴 與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장 앞에 모여 “총선용 필리버스터를 즉각 중단하라”며 더민주당 규탄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협상에는 소극적이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 마비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민생마비, 또 자칫하면 선거가 연기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더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며 “이제 공은 더민주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온 만큼 테러방지법 처리에 당장 나서라는 요구였다.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멈추면 직권상정 돼 있는 테러방지법을 즉시 표결하게 돼 있기에 추가 협상도 없다는 생각이다. 국회법 106조2는 재적의원 5분의 3이 토론 종료에 찬성할 때, 토론할 의원이 더 이상 없을 때, 그리고 회기가 끝났을 때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장, 부의장을 대신해 더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필리버스터 본회의 사회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했다. 지난달 27일 정의화 의장은 정갑윤 이석현 부의장과 3교대로 사회를 계속 보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직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에게 사회권을 넘겼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아무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법적 효력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다시 (사회를) 의장단만 보겠다고 했는데 이미 필리버스터는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국회법 13조는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사고가 있을 때에는 임시의장을 선출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한다고 돼 있다.
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