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3년 공약이행 점검] 중증장애인 지원 줄고 등급제 폐지 지지부진 기초급여는 2배로 늘어
19년 전 뺑소니 사고를 당해 목 아래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없게 된 척수장애 1급 권오진 씨(44)는 지난해 12월 그날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매캐한 냄새에 잠에서 깨어보니 전기가 합선돼 튄 불똥이 커튼에 옮겨붙어 연기가 나고 있었다. 손가락을 1mm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인천시 ‘중증장애인 24시간(월 720시간) 활동 보조’ 시범사업에 따라 권 씨의 집에 교대로 상주하던 활동보조인이 곧장 불을 끄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1일부터 권 씨에게 주어지는 활동 보조 지원은 시범사업 시행 이전 수준인 월 480시간(20일)으로 줄었다. 일과 중에만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인천시가 2014년 11월부터 자체 예산으로 권 씨 등 중증장애인 3명에게 활동보조비를 지원했지만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24시간 지원은 부적절하다”며 재검토를 권고했기 때문. 인천시는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을 10명으로 늘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권 씨는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업까지 막는 상황이 황당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2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장애인 공약 중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요 공약인 ‘장애 등급제 폐지’는 현재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벌이는 등 장애 등급을 현행 1∼6등급 대신 중증, 경증 2단계로 나누는 방안을 연구 중이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등급을 획일적으로 부여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재연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내걸었던 장애인 콜택시 확대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2298대가 도입돼 목표치의 82.5%를 달성했다.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도 기존 9만9000원에서 2014년 7월 20만 원으로 인상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 활동 보조는 재정을 고려해 24시간 활동보조인을 상주시키는 대신 현실적인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