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집값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년 새 절반 가까이로 줄어들었다. 반면 단독·연립주택의 거래량과 전·월세 거래는 늘어나면서 아파트 매매시장만 ‘나홀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953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8539건)의 58.0%로 줄었다. 지난해 10월(1만1548건) 이후 4개월 째 감소세다. 같은 기간 서울의 단독·다가구 거래량은 1126건에서 1189건으로 5.6%, 연립·다세대는 2998건에서 3256건으로 8.6% 늘었다.
관악(52.5%) 은평(39.3%) 강서구(31.8%) 등 중소형 주택이 많은 외곽 지역의 연립·다세대 거래량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월 이들 지역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4.2%~79.4%로 서울 평균(73.8%)보다 높았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빌라 등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봄 이사철이 다가옴에도 아파트 매매거래만 유독 부진한 것은 향후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가격은 2013년 9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지난달 2년 5개월 만에 보합세로 돌아섰다. 지난달부터 수도권에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적용된 데다, 7월 말이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기간도 끝나 수요자들이 추가적인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를 장기간 나눠 낼 수 있는 신규 분양아파트나 가격대가 저렴한 빌라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