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또 국회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왜 우리 국민이 ‘민생 구하기 서명운동’에 직접 나서야 했는지에 대해 (국회가)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며 “대내외적인 어려움과 테러 위험에 국민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돼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 3·1절 기념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내 정치에 기념사의 절반을 할애했다.
한국은 대통령도 국회도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국회가 선출된 권력으로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듯이 대통령도 국회를 비판할 수는 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소수 야당의 결재를 못 얻으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고, 필리버스터 제도까지 악용돼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에 와 있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라고 한 것도 국민의 힘을 빌려 국회를 비판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부터 국무회의와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비판했다. 1월 신년 연설에서는 직접 국민을 상대로 국회를 심판해 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느냐고 보는 동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국회를 마비시키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박 대통령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통령이 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반성하지 않고 국회만 자꾸 탓해서는 오히려 국민의 실망감만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