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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더민주 강경파 몽니에… 또 처리 밀린 선거법

입력 | 2016-03-02 03:00:00

[국회 정상화 막판 진통]‘필리버스터 중단’ 2일로 미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논란 끝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에서 탈출하기로 재확인했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원내 제4당인 정의당이 더민주당의 방침에 반발하면서 필리버스터를 이어 가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 정의당 “언제 끝날지는 건강 상태에 달려”

정의당은 더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종료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창민 대변인은 “더민주당의 전격적 중단 결정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반민주 악법의 위험성을 깨달았던 민주시민들에게 놀람과 우려를 안겨 줬다”며 “비록 양당이 합의 처리한다면 물리적으로 막기 힘들지만 정의당 의원 5명 전원은 테러방지법 악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심상정 대표의 필리버스터 발언을 신청했다. 더민주당은 이날 밤 국민의당 주승용,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에 이어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심 대표의 추가 발언 신청으로 이날 밤 12시 전 필리버스터 종료는 결국 불발됐다. 정의당 관계자는 “심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는 심 대표의 건강 상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신청자가 있으면 강제로 이를 막거나 중간에 중단시킬 수 없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처음부터 심 대표를 마지막 발언자로 세울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의당도 필리버스터를 한없이 이어 갈 수는 없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한 의원이 한 번만 할 수 있다. 소속 의원이 5명인 정의당은 이미 3명의 의원이 토론을 했기 때문에 남은 사람은 정 원내대표와 심 대표 두 사람뿐이다. 결국 심 대표에 이어 더민주당 이 원내대표를 끝으로 8일간의 필리버스터 정국은 2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혼란의 더민주… “원내대표 사퇴하고 불출마하라”

더민주당은 이날 필리버스터 종료 선언 여부를 놓고 하루 종일 갈팡질팡했다. 전날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가 필리버스터 종료를 결정했지만 일부 의원이 이날 “지금 중단해선 안 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던 은수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학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힘이 없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이렇게 그만둘 수는 없다”며 “이 원내대표는 대표직을 걸고 버텨 달라”고 썼다.

이 때문에 당초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이 원내대표의 종료 선언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적어도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장기화에 따른 역풍을 우려한 지도부와 달리 이들은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7시경 시작된 의원총회에서도 격론이 오갔다. 종료 반대를 요구하는 의원들과 중단을 요구하는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최근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잠정 결정되면서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 의원은 “내일 불출마 선언을 하겠다”며 “이 원내대표는 당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고 불출마 선언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이 나지 않자 김 대표는 의총을 중단시키고 오후 9시경부터 대표실에서 이 원내대표와 담판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비대위원, 손혜원 홍보본부장, 김성수 대변인 외에 ‘강경파’ 정청래 의원도 참석했다. 오후 10시 10분경 재개된 의총에서 더민주당은 2일 이 원내대표가 마지막 토론을 한 뒤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기로 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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