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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깜깜이 특별교부세 집행명세 5월 모두 밝힐 것”

입력 | 2016-03-02 03:00:00

총선뒤 공개… 국회 눈치보기 논란




정부가 정확한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던 특별교부세의 집행명세를 5월부터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1962년 특별교부세 제도가 도입된 지 54년 만이다. 그러나 공개 시점을 4·13총선 이후로 결정한 것을 놓고 정부가 국회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행정자치부는 5월 1일 지방재정통합공개 시스템 출범에 맞춰 지자체별 특별교부세 명세를 공개한다고 1일 밝혔다. 특별교부세 집행명세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보고사안이지만 대외적으로 공개되진 않았다. 특별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 중 3%를 떼어 마련하는 재원이다. 올해 예산 규모는 1조282억 원. 절반은 행자부가 지자체 사업 지원과 우수 지자체 인센티브로 교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민안전처의 재난안전기금으로 쓰인다.

행자부가 배정하는 특별교부세는 집행 과정 및 결과가 불투명해 구설에 휘말려 왔다. 특별교부세를 얼마나 따왔는지가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될 만큼 실세들의 ‘힘’을 보여주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2014년 경북 경주시에 99억 원의 특별교부세가 배정돼 논란이 일었던 게 대표적이다. 경주는 특별교부세 주무부처인 행자부의 수장이었던 정종섭 전 장관의 고향이다. 행자부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세계물포럼 행사를 위한 특별교부세였다고 해명했지만 “정 전 장관이 고향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별교부세의 지원 원칙과 기준을 밝히고 사후에 집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특별교부세 제도 개선에 나섰고 5월부터 운영되는 지방재정통합공개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집행명세를 공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매년 3월경 전년도 특별교부세 명세를 일반에 알릴 예정이다. 행자부는 일자리 늘리기 사업이나 지역복지 사업 등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가이드라인도 밝혔다. 댐, 교도소, 화장장 등 혐오·기피시설을 유치하는 지자체에는 인센티브 형식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집행명세를 5월에 공개하기로 한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특별교부세 명세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시점을 굳이 늦출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자부가 지역별 지원명세 등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일부러 총선 이후에 공개하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느 지자체가 얼마의 특별교부세를 받았는지가 선거의 변수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방재정통합공개 시스템이 5월 1일 오픈하기로 정해져 있어 이 시점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달 15일 지방재정통합공개 시스템이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만큼 조기 공개가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 특별교부세 ::


행정자치부가 지방교부세 중 일부를 떼어 지방자치단체 사업 지원과 인센티브 등으로 사용하는 재원이다. 그동안 구체적인 집행 명세가 공개되지 않아 중앙정부와 실세 정치인들의 ‘쌈짓돈’이란 비판을 받았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