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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동안 5차례… 속옷 훔친 40대 가장은 왜?

입력 | 2016-03-02 03:00:00

[범죄의 내면]“어릴적 경험 페티시즘, 스트레스로 표출”
“성범죄로 악화 위험… 처벌-치료 병행을”




찌릿한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눈앞의 팬티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충동이 그를 사로잡았다.

주택가를 걷던 A 씨(43)는 담 너머 빨래 건조대에 걸린 빨간색 여자 팬티를 보고 이성을 잃었다. 순간 담을 넘어 팬티를 들고 달아났다. 이후 3시간가량 반경 100m 안을 맴돌며 5번이나 가정집에 침입했다. 경찰을 피해 담을 넘어 숨어도 팬티부터 찾았다. 방충망까지 뜯고 들어가 분홍색 팬티를 가져오기도 했다. A 씨는 “여자에게선 충동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데 빨랫줄에 걸린 야한 팬티만 보면 흥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초 부산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부산지방경찰청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임흠규 경장은 ‘도대체 왜 속옷을 훔치는가’란 궁금증을 풀기 위해 A 씨를 면담했다.

A 씨는 1990년 17세 때 동네 형이 여자 속옷을 입고 누워 있는 모습에 흥분을 느꼈다. 팬티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 결혼해 아이도 낳아 잘 키우던 A 씨는 청소년 시절 강도, 폭력, 마약 전과 탓에 취업을 못 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탈출구를 어릴 적 흥분의 기억에서 찾았다. 2006년 서른셋 나이에 속옷 절도 행위에 빠져들었다.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면서도 팬티 훔치기를 멈출 수 없었다.

임 경장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속옷 절도범도 이런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번 시작하면 경찰에 붙잡혀 더이상 훔칠 수 없을 때까지 범행을 계속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 연쇄 속옷 절도범 연구가 필요하다. 임 경장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성폭행 살인 등 성적 살인자의 40% 정도가 물품음란증이나 관음증에서 시작된 주거침입 절도 전과가 있었다”며 “해외에선 속옷 절도범을 치료가 필요한 대상으로 보고 연구하는 데 비해 국내에선 단순한 도벽으로 치부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경장이 연구한 ‘물품음란증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고찰’은 이달 발간 예정인 경찰청 ‘2016 범죄행동분석 연구’에 게재된다. 배용주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은 “프로파일러가 각자 범죄연구를 활발히 하고 결과물을 공유한다면 이상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 등 다양한 현대 사회 범죄의 예방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물품음란증(페티시즘) ::

개인의 성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무생물체에 성욕을 느끼는 성도착증. 여성의 신체를 상징하거나 여성의 몸에 닿는 물건이 많고 속옷 절도가 대표적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