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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현실화땐 프리미어리그 황폐화”

입력 | 2016-03-02 03:00:00

英언론, 사회적 파장 분석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은 최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논쟁이 주로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여행 교육 스포츠 통신 해외거주 등 사회와 생활 전반에 미치는 변화와 충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①스포츠와 문화=우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클럽들은 유럽연합(EU) 출신의 재능 있는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힘들어진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캐런 브레이디 부회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약 200명의 EU 출신 선수가 ‘비(非)EU 출신 선수’들처럼 체류비자와 노동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3분의 2 정도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EU 탈퇴 국민투표일인 6월 23일은 ‘유로 2016’ 대회 기간인데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 팀의 참가 자격을 놓고 거센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②영국 대학 수준 저하=영국 대학에는 유럽 전역에서 온 유학생 12만5300명이 재학 중이다. 과학 분야 연구 인력의 15%도 EU 회원국 출신이다. 78개 영국 대학 연구소의 프로젝트 약 1000개가 유럽과학연구협의회(ERC)로부터 기금을 지원받는다. 또 매년 20만 명 이상의 영국 학생과 2만 명의 교수진이 ‘에라스뮈스’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EU권 대학에서 공부와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줄리아 굿펠로 영국 대학협의회장(켄트대 총장)은 “영국의 EU 탈퇴로 고급 교수 인력과 유학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럽 공동연구 프로젝트 참여가 줄어들면 영국 대학의 수준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EU의 각종 규제를 받지 않고 과학 실험을 할 수 있어 창의적인 연구 결과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③통신요금 폭탄=EU는 ‘단일 통신 시장’이란 슬로건 아래 27개 회원국에서 휴대전화를 쓸 경우 자국에서와 똑같은 통신료를 내도록 제도를 개선해 왔다. 다음 달부터 EU 28개국의 로밍 요금을 점차 줄여 내년 6월까지 완전한 단일 통신 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인들은 유럽 여행 시 엄청난 ‘통신료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④해외 거주 영국인 불안=현재 다른 EU 국가에서 살고 있는 영국인들은 약 200만 명. 이들은 EU 상호조약에 따라 체류증, 노동허가, 부동산 취득, 연금, 건강보험 등에서 영국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혜택을 누린다.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은 EU 개별 국가들과 분야마다 복잡한 양자협상을 벌여야 한다. 가디언은 “많은 해외 거주 영국인들이 차별과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귀국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⑤금융허브 지위도 흔들=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고, 100만 명이 종사하는 런던의 금융산업도 큰 변화를 맞게 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HSBC 등 런던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본사를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 등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업 분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은 2014∼2020년 EU의 공동농업정책(CAP) 보조금으로 278억 파운드(약 48조 원)를 지원받는다. 이 돈은 대부분 농촌지역 개발 비용과 농민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된다.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정부가 농민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CAP 보조금 수준을 유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