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일곱 쌍 중 한 쌍이 고통받고 있다는 난임. 그동안 난임은 여성의 문제로만 치부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난임의 40%는 남성 쪽 문제로, 분명한 것은 부부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것. 광주 미래와 희망 산부인과 김동원 대표원장을 만나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았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로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인 30대 주부 김 씨. 몸에 좋다는 음식은 물론이고 보약까지 챙겨 먹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댁 어른들 만나기도 부담스럽고 요즘은 친구들과의 만남도 꺼려지는 상황이다.
환경호르몬의 영향과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등의 위험 요인이 커지면서 김 씨 부부처럼 ‘난임’으로 고민하는 부부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난임으로 진료받은 인원이 17만8천 명이었던 것이 2014년 21만5천 명으로 늘어났다. 아시아 부부 열 쌍 중 한 쌍, 한국에서는 약 일곱 쌍 중 한 쌍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난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우울증.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체외수정 시술자의 67.6%, 인공수정 시술자의 63%가 정신적인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1_200배 확대 정자가 있다는 정도만 보임 2_400배 확대 대부분 난임 클리닉 사용 3_5880배로 확대 미세 바늘 내의 정상 형태 정자가 보임. 미래와 희망 산부인과에서는 국내 최초로 고배율 현미경을 도입했다.
난임의 40%는 남성 쪽 문제광주 미래와 희망 산부인과는 선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주 지역의 난임 치료 대표 병원이다. 미국 해밀턴사의 정밀정액검사기(IVOS 2세대)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용하고 있어 정자 수는 물론이고 운동성, 정상 정자의 비율 및 정상 정자의 종류까지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만큼 난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광주 미래와 희망 산부인과의 김동원 대표원장은 난임으로 홀로 고민하는 여성 환자들을 보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최신 설비를 병원에 구비했다.
“과거에는 생식내분비 분야에서 남성 난임은 비주류 취급을 받았습니다. 정밀정액검사도 산부인과의 영역이 아니었어요. 현실적으로 난임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환경이 갖춰지지 못했던 것이지요. 난임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성 환자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보여줌으로써 부부가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자신의 정자 수, 활동성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남성들은 비로소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후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면서 아내와 함께 임신을 향한 여정을 차근차근 시작한다는 것이다. 광주 미래와 희망 산부인과가 첫 내원 시 부부 동반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으면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임신은 아내와 남편, 주치의가 함께하는 2인 3각 경기라는 이야기지요. 셋 중 누구 한 명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중간에 지치면 골인할 수 없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새로 도입한 레이저 역시 광주 미래와 희망 산부인과의 자랑 거리 중 하나다. 배아의 껍질을 벗겨서 세포 일부를 채취해 염색체 검사를 시행한 후 정상적인 것만 선택적으로 이식하는 ‘착상 전 유전 진단(PGS)’이다. 호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도입한 시스템으로 임신을 넘어 건강한 아기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오랜 기간 난임 부부를 만나다 보니 난임 치료에서 심리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요즘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조만간 병원에 부부 상담을 정례화하는 난임 심리상담 과정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또 임신에 성공한 부부들의 극복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수기를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많은 부부가 용기를 얻고 예쁜 아기를 품에 안는 행복을 누리길 바랍니다.”
난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몸에 좋다는 것을 먹는답시고 몇 년을 허비하기보다는 난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어떤 식으로 임신을 시도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아내가 홀로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첫 내원 시 반드시 부부가 함께 와서 주치의를 만나야 하고, 주치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의 힘’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아기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라는 것. 혼자 가는 길이 아니므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심어주는 것이지요. 더불어 흡연, 음주, 비만, 인스턴트식품 섭취 등 부부의 생활 습관을 고치는 일을 병행해야 합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면 난임 극복에 도움이 될까요?
흔히 사골국이나 흑염소 등 보양식이 난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오해입니다. 오히려 높은 칼로리와 지방, 염분 등은 비만을 유발해 임신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식물성 여성호르몬이 함유돼 있다고 알려진 ‘두유’ 역시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워낙 미량이라 이 정도 양으로는 난임 치료에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습니다. 폐경 여성의 호르몬 보충제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배란기 전후에 잠자리를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임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난자는 배란된 지 하루 정도만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자를 생산하는 능력 역시 며칠이 지나야 회복됩니다. 배란기가 아닌 날 가지는 잠자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산전 검사를 통해 정상 진단을 받았는데도 난임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일반 산부인과를 내원해 초음파 검사나 산전 검사를 한 것으로는 난임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습니다. 난임 검사에는 전혀 다른 여러 분야의 검사 과정이 포함돼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남성 난임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크게 환경과 생활 습관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경호르몬, 석유 추출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는 정자의 질과 숫자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음주나 흡연, 인스턴트식품 과다 섭취도 남성 난임의 원인 중 하나지요.
남성 난임의 치료법은 무엇인가요?
문제가 인지됐을 경우 혈액 검사를 통한 호르몬 검사를 시행하고 신체검사를 통해 음낭에 문제가 있는지 촉진 검사를 시행합니다. 그 후 고환 초음파 검사를 통해 고환의 크기, 고환 내의 미세 석회화나 물혹 유무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결과 의심이 가면 염색체 검사나 고환생검을 해서 확실한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후 정자의 숫자나 운동성에 문제가 있다면 한 번 더 검사를 하고 엘카르니틴(지방분해제), 고용량 비타민 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무정자증의 경우 생검을 해서 정자가 나오면 냉동 후 시험관아기 시술을 해야 합니다.
글 · 정희순 | 사진 · 홍중식 기자 | 디자인 · 유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