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화두는 단연 가상현실(VR)이다. 이제 IT업계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다음 질문은 “그래서 VR로 누가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거다. 특히 몇 년 전 마찬가지로 선풍적인 관심을 끌다 제대로 산업화되지 못한 채 사그라진 3차원(3D) 기술처럼 되지 않으려면 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이 좀 더 발전해 수익원이 확실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 VR 포르노 성공할까
콘텐츠 업계에서는 VR이 성공하려기 위한 키워드로 △섹스 △스포츠 △게임을 꼽는다. 포르노 업계와 스포츠 산업, 온라인 게임업계가 움직일 때 비로소 VR의 진정한 대중화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시장 반응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온라인 포르노 업체인 노티 아메리카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6에서 VR 포르노 콘텐츠를 선보인데 이어 MWC에서도 VR 포르노가 상영됐다. 노티 아메리카 측은 “올해 말이면 1000만~2000만 명이 VR 성인물을 시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업계도 최근 게임전용 VR 기기들이 잇달아 나오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4 콘솔 게임기기와 연동되는 플레이스테이션용 VR을 올해 상반기(1~6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PC와 연동하는 HTC 바이브는 헤드셋 외에 무선 컨트롤러와 룸 센서박스가 함께 제공된다는 소식에 최근 예약판매 시작 10분 만에 1만5000대 이상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스포츠업계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미국프로농구(NBA) 등 주요 스포츠 단체들이 앞다퉈 VR을 경기 생중계 및 선수 훈련 장면 공개 등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활용하고 있다.
● 유튜브 같은 플랫폼 구축 필요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페이스북이 손을 잡은 것도 아직은 VR 산업이 초기 단계라 서로의 필요에 따른 것이고 결국 둘이 손을 떼는 시점이 VR 시장에서 돈이 벌리기 시작하는 시점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OS 플랫폼의 소중함을 경험한 삼성전자가 플랫폼 사업에 욕심을 내지 않을 리 없다. 페이스북 역시 지금이야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스마트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중국 후발주자들이 더 싼 값에 VR 기계를 찍어내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VR 대중화를 위한 조건’이란 보고서에서 “VR 영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유튜브처럼 일반 소비자들도 직접 만든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어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