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3분38초. 국내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가 온다.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패트릭 마카우(31·케냐)가 20일 열리는 2016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겸 제87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마카우는 2011년 9월 독일 베를린마라톤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당시 마카우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43·에티오피아·은퇴)가 2008년 같은 대회에서 작성했던 세계기록(2시간3분59초)을 21초나 앞당기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마라토너에 등극했다. 마카우의 세계 최고 기록은 2년 뒤 같은 대회에서 윌슨 킵상(34·케냐)이 2시간3분23초로 우승할 때까지 2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2시간3분38초는 100m를 평균 17.58초로 달려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웬만한 성인이 100m를 전력 질주하는 속도로 42.195km를 뛰는 셈이다. 그의 기록은 지금도 역대 4위에 올라 있다. 1위는 데니스 키메토(32·케냐)가 2014년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2분57초다.
마카우와 이번 대회 우승을 겨룰 선수로는 2012년에 이어 지난해도 우승한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케냐·청양군체육회)가 꼽힌다. 에루페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2년 이 대회에서 찍은 2시간5분37초로 마카우에 2분 정도 뒤진다. 하지만 지난해 귀화를 선언한 뒤 자신을 발굴한 오창석 백석대 교수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훈련해온 에루페는 이번 대회 기록 경신이 기대된다. 백 교수는 “에루페가 2012년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울 때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다. 마카우와 충분히 겨룰 만하다. 누가 이기든 뛰어난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에루페는 1월 대한육상경기연맹을 통해 특별 귀화를 신청했지만 대한체육회가 일단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마카우는 대회 사무국에 페이스메이커를 2시간 4분대에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에루페는 2시간5분대 초반을 원하고 있다. 둘 중 한 명만 성공해도 에루페가 갖고 있는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은 넘어 선다.
마카우와 에루페 외에도 우승을 넘볼 만한 선수는 많다. 피터 키메일리(26·케냐·최고기록 2시간 5분38초·2013년 파리), 데레사 킴사(30·에티오피아·2시간5분42초) 등도 2시간 5분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남자부 한국 최고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7분20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