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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찌라시.’ 익명성을 이용해 유포하는 사설 정보지나 증권가 정보지를 말한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다. 일본어 ‘散らし’를 한글로 옮긴 것이다. 몇 년 전 한 정치인이 국가 기밀을 “찌라시에서 봤다”고 해 논란이 일었고 청와대 공식 발표에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2014년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라는 영화까지 나왔다. 그러나 사전 속에서는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찌라시’는 없고 ‘지라시’만 있다. 지라시도 ‘낱장 광고’ ‘선전지’로 순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일본어 어두에는 ㄲ ㄸ ㅃ ㅉ 등 된소리를 쓸 수 없다. ‘쓰시마 섬’에서 보듯 ㅆ만 예외다. 그러므로 ‘찌라시’는 틀리고 ‘지라시’가 맞다. 허나 언중의 말 씀씀이는 딴판이다. 대부분 찌라시라고 한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찌라시를 인정해 둘 다 표제어로 삼고 있다.
‘안갯속’도 마찬가지다. 이 낱말 역시 안개가 끼어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태를 뜻한다. 오리무중(五里霧中)과 비슷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상황을 가리키려면 ‘안개 속’이라고 해야 한다.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쓰는 게 옳다. 이와 비슷한 낱말로 ‘뱃속’과 ‘배 속’이 있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배 속’은 글자 그대로 ‘배의 안’을 가리킨다.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 중엔 재탕 삼탕한 날림공약이 많다. 이번만은 입으로만 국민을 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의 고달픔을 이해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뽑았으면 좋으련만.
아 참, 많은 이가 ‘이미 썼던 내용을 다시 써먹다’는 뜻으로 ‘울궈먹다’를 쓰지만 ‘우려먹다’가 표준어이다. ‘울궈먹다, 울궈내다’는 ‘우리다’의 경기·함경 사투리인 ‘울구다’에서 나온 말이다. 울궈먹다는 말맛이 강해선지 우려먹다와 우려내다 못지않은 세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사전 밖에 있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