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야 手싸움 골몰… 정책경쟁 싹도 안보이는 ‘깜깜이 총선’

입력 | 2016-03-04 03:00:00

[총선 D-40/정책대결 실종]




《 #장면1.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4·13총선 공약의 가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충분히 검토하자”는 ‘공자님 말씀’ 외에 최고위원들의 별다른 주문은 없었다고 한다. 같은 자리에서 계파 간 이해관계가 걸린 경선 여론조사의 방법,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과 대비된다.

#장면2. 더불어민주당은 2일 ‘777플랜’이라는 양극화 해소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당도 맞불을 놓듯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책 메시지는 이날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묻혔다. 각 당의 정책 논평은 전무했다. 무제한 토론을 마친 이종걸 원내대표의 첫 일성도 “반드시 야권 통합을 해내겠다”는 것이었다. 》

4일로 꼭 40일 남은 4·13총선이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야 모두 내부의 이전투구 속에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

○ 정책 깜깜이 대결로 가나

당초 20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정책 이슈를 다루게 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노동개혁, 경제위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등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이념 대결을 벌인 만큼 정책 방향을 놓고 표심이 갈릴 거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정책 경쟁은 보이지 않는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중도층 표심을 잡으려고 앞다퉈 복지 경쟁을 벌인 것과도 비교된다. 한국정당학회장인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늑장 선거구 획정, 야권의 분열, 여권의 계파 싸움 등으로 각 당이 정책 대결로 옮겨갈 여건조차 안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내놓는 정책도 선언적이거나 일회성 구호 같은 부실 공약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콘텐츠 관광으로 일자리 150만 개’ ‘창조경제 활성화로 좋은 일자리’ 같은 설익은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더민주당은 ‘공공부문 일자리 34만8000개 창출’ ‘법정노동시간 준수로 일자리 11만8000개 창출’ 등 해묵은 공약을 늘어놓았다.

국민의당의 공정노동 정책에는 황당한 내용도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사용주(해당 기업)가 내게 하겠다는 공약이다.

하지만 사회보험은 가입자(근로자)의 기여를 전제로 한 안전망인 만큼 복지의 기본 이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탄탄한 공약을 내지 못하면서 선거 막판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네 탓’ 싸움만 벌일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 메아리 없는 선심성 공약만

여야 모두 차별성 없는 선심성 정책들은 여전했다.

새누리당은 18대 대선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을 아직 완전히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간병비 부담 완화, 노인 의료비 정액제 기준 상향(1만5000원→2만 원) 등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한 새 공약을 꺼내들었다. 더민주당은 청년에게 매달 60만 원씩 6개월 동안 취업활동비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국민의당은 임신부나 아이를 동반한 부모의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로 해주는 공약을 내거는 등 포퓰리즘 공약이 눈에 띄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공약도 생애주기별 우선순위를 정해 내놓아야 하는데 여야 모두 대상별로 좋다는 정책은 다 끌어와 짜깁기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