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안 채택 이후]결의안 채택뒤 “도발 중단” 연설 당초 대북 초강력제재 반대했던 中… 北 미사일 발사에 美요구 80% 수용 美, 러시아 딴지엔 ‘속도전’ 전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 오전 10시 15분(현지 시간·한국 시간 3일 0시 15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역대 대북제재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이후 5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 이후 25일 만에 채택됐다. 1차(5일) 2차(18일) 3차(23일) 핵실험 때와 비교하면 합의 도출 기간이 2∼11배쯤 되는 셈이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속도(빠른 채택)에 내용(가장 강력한 제재)을 양보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이 마련한 제재안 초안은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북한 고려항공의 영공 통과 거부 △일부 북한 국적 선박의 세계 항구 입항 금지 같은 초강력 조치가 망라됐다. 중국은 사실상 반대 입장이었다. 복수의 유엔 소식통은 “1월 하순엔 거의 결렬 분위기였다. 미국 초안의 대북제재 수준이 100이라면 50이나 60 정도에서만 미중이 합의하면 다행이라는 관측이 많았다”고 전했다.
미중 합의안이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된 지난달 25일 직후 ‘러시아의 딴지’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6자회담 참가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리도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당사국’이란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협의에선 ‘속도전’을 폈다. 러시아가 며칠간 초안 검토 끝에 수정 및 변경 요구 사항을 정리해 전달하자 미국은 곧바로 그 내용을 반영한 초안을 만들었다. 이어 추가 협의 없이 지난달 31일 이사국에 회람시키고 ‘1일 오후 3시(한국 시간 2일 오전 5시)’로 안보리 전체회의 시간까지 잡아버렸다는 후문이다. 러시아 측에 “당신들 요구를 다 반영했으니 곧바로 채택하자”고 다그쳐 러시아가 시간을 끌 수 있는 퇴로를 차단했다고 유엔 소식통은 해석했다. 이에 러시아는 ‘안건 표결 전 24시간 검토 관행’ 카드를 마지막으로 꺼내 들었고 회의는 2일 오전 10시로 하루 늦춰졌다.
한 유엔 관계자는 “만약 미국이 중국과 협의했던 식으로 러시아와 제재안 내용을 하나하나 논의했다면 결의 채택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보리 노하우가 풍부한 미국의 막판 속도전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2일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뒤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북한에 추가 도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