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제사회서 이슈화 나서 “北 인권침해에 행동 취해야”… 尹외교, 유엔서 처음 공식거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겨냥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윤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책임성의 시대(an age of accountability)에 살고 있다”며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 내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결론 내린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제사회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인권단체들이 ‘책임 규명’을 거론해 왔지만 정부가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인권 문제’를 로키(low key)로 다루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정부는 북한 정권이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하여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폭정’이란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특히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강제 노동(Forced Labor)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론화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돈보다 적지 않다”며 “국제사회에서 강제노동 문제를 제기해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20여 개국에 근로자 5만8000여 명을 파견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통해 매년 3억 달러(약 3600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장관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협상을 의식해 “가장 비인간적인 만행 중 하나인 전시 성폭력 문제에 있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런 비극이 미래에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2014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강제 성노예(enforced sexual slavery)’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