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인사전횡 등 사실 아니다”… 호소문 작성 직원 10명 檢송치
성희롱과 막말 파문에 휩싸였던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2014년 12월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향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경찰은 호소문을 작성해 배포하는 데 가담한 정 전 감독의 비서 백모 씨(40·여)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불구속 기소 의견)하기로 했다. 또 백 씨를 막후에서 지시한 정황이 포착된 구 씨도 같은 혐의로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구 씨는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다.
호소문에는 2014년 12월 29일 사퇴한 박 전 대표의 성추행과 막말 및 성희롱, 인사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졸지에 파렴치한 상사로 낙인찍혔다. 이어 피의자 곽모 씨(40)는 2013년 9월 26일 서울시향, 예술의전당 직원 14명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주요 부위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예술의전당 직원들은 “성추행이 전혀 없었고 화기애애하게 회식이 마무리됐다”고 진술했다.
호소문에 담긴 박 전 대표의 성희롱과 막말 발언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사손(회사 손해)이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니들 월급으로 못 갚으니 장기(臟器)라도 팔아야지 뭐” 등이다. 경찰은 “일부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인 데다 진술도 크게 엇갈려 허위로 판단했다”며 “박 전 대표의 평소 언행에 대해 피의자를 제외한 다수 직원은 ‘직장에서 용인될 정도’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박 전 대표가 인사위원회 의결 없이 특정인을 승진시키거나 지인의 자녀에게 보수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절차상 흠이 없었고, 보수를 지급한 사실도 없었다.
○ 정 전 감독 부인, 호소문 유포 지시
구 씨의 변호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막말 등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사정을 듣고 이를 심각한 인권 문제로 파악해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주고받은 문자에는 인권 유린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은 없었고, 박 전 대표 퇴진, 정 전 감독의 서울시의회 증인 출석 및 재계약 등 세 가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 박 전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에 반기?
경찰은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이 박 전 대표를 퇴진시킬 목적으로 호소문을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박 전 대표가 취임 후 성과주의를 강조하면서 업무가 과중해지자 직원들이 반기를 들었을 가능성이다.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장, 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 등을 지낸 박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 전 감독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 2013년 2월 서울시향 첫 여성 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평소 직원들의 일처리 방식에 불만을 품고 엄하게 꾸짖어 직원들의 반감이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