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안나 인턴기자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국내에서 온정의 손길이 끊기기 시작하는 요즘 유명인의 기부 소식은 특별한 감동을 준다. 흔히 기부는 돈이 차고 넘칠 때에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서는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 중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여유’는 2011년 62.6%에서 2013년 60.9%로 줄어든 반면 ‘기부 방법을 몰라서’가 3.7%에서 4.2%로, ‘직접 요청받은 적이 없어서’가 5.7%에서 7.8%로 늘었다.
그래서인지 쉽고 빠른 기부 방법들이 주목을 받는다. 걷는 걸음 수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체크해 목표치에 도달하면 기부가 되는 ‘빅워크’, 하루 1분 앱으로 광고를 보면 아동을 후원하는 ‘힐링히어로즈’,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음식을 후원하는 ‘피디(Feedie)’ 등이 그런 예다. 피디는 제이미 올리버 같은 유명 셰프들의 동참 덕에 지금까지 1200만 장이 넘는 사진이 공유됐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이 하루 온종일 끼고 있는 스마트폰과 연계해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람들의 잠재 동기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다.
기부와 놀이가 결합되기도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기부’라는 모토로 ‘기부 방방’을 벌이고 있다. 대형 트램펄린(방방)에서 뛰다가 동전을 떨어뜨리면 그 동전이 기부되는 것이다. 어린이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와 놀이를 결합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메이즈는 유명 인사나 연예인과의 데이트를 기부와 결합했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참가자가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응모권이 생기고 그중에 운 좋은 한 명은 데이트 당첨의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이벤트는 유기견 보호 단체부터 유니세프까지 다양한 단체가 벌인다. 만약 이벤트에서 당첨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낸 돈이 어딘가에서 좋은 일에 쓰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도무지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도 나왔다. 일명 선행버스(Do good Bus).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스에 올라타서 버스가 내려주는 곳에서 좋은 일을 하면 된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는 버스가 정해준다. 사전 정보가 없어 오히려 열린 태도와 설레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초보 자원봉사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를 본떠 ‘어떤 버스’(gogeeks.co.kr)가 나왔다.
이러한 기부 방법은 ‘착한 소비’와 같은 메가 트렌드와 맞물려 참여자의 욕구와 흥미에 초점을 맞춰 점점 더 세분화할 것이다. 기부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그 수혜자 규모도 덩달아 커지길 기대해본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