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따라 잡기]여자골퍼 전인지 부상 안팎
올 시즌 초반 LPGA투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장하나(왼쪽)와 전인지. 치열한 경쟁관계인 두 선수가 전인지의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엮이면서 각종 소문과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KLPGA 제공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3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았다. 1일 싱가포르 공항 입국장에서 사고로 허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당시 전인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중 뒤따라오던 여행객이 놓친 큰 가방에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으며 부상을 당했다. 여기까지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그런데 전인지의 부상을 둘러싼 이런저런 뒷얘기가 싱가포르 현지는 물론이고 국내에까지 빠르게 퍼지며 고의성 여부를 놓고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여행객이 동료 선수인 장하나(24·비씨카드)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장 씨 부녀 역시 싱가포르 대회 출전을 위해 공항을 빠져나가던 중이었다.
사고 후 두 선수의 가족이 공개된 장소에서 한참 동안 목소리를 높여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다른 선수들과 부모들에게도 이들의 갈등이 알려지게 됐다. 전인지 측의 한 관계자는 “고의는 아니더라도 결국 경기를 포기하기까지 했는데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하나의 매니지먼트 업체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과정에서 장하나의 신발 끈이 풀려 있어 아버지가 끈을 묶으라고 말하는 사이 가방이 굴러 떨어졌다. 사고 직후에는 전인지 측이 괜찮다고 했다. 그 후 장하나 측에서 여러차례 미안한 감정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전인지와 장하나는 열성 팬이 많기로 소문난 대표적인 인기 스타다. 동양적인 다소곳한 외모를 지닌 전인지와, 화끈한 세리머니와 외향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장하나는 상반된 이미지 때문에 팬들의 성향도 갈린다.
현장을 지켜본 골프 관계자는 “국가대표 선발과 상급학교 진학 등이 걸린 국내 중고골프 대회는 선수 부모들의 대회장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부모들이 경기에 잘못된 영향을 주는 사례가 있어서다. 요즘 경쟁이 심해지면서 두 집안 모두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데 이런 상황이 이번 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병원 검진에서 꼬리뼈 쪽 척추 주변 근육이 살짝 찢어졌다는 소견을 받았다. 전인지는 1주일 정도 휴식을 취한 뒤 17일 미국 피닉스에서 개막하는 파운더스컵에서 복귀할 계획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