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많은 소비 품목에서 가격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특정 상품군(群)에서는 고가-프리미엄 마켓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비시장의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100만 원이 넘는 공기청정기 시장으로, 아이를 위해서라면 지출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마음과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전반의 참살이(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작년부터 급성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공기청정기 브랜드인 ‘블루에어’(사진)는 지난해 한국에서의 매출이 2014년 대비 300%나 늘었다. 최근 한 홈쇼핑에서는 단 두 차례 방송에서 2700여 세트가 팔려 나가며 28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황기에는 아낄 땐 아끼더라도 개인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닌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하는 소비 트렌드가 나타난다”며 “집 구매 등 큰 소비에 대한 구매 욕구가 저하되면서 먼 미래보다 현재의 나에게 보상을 주고자 하는 심리가 발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절약을 습관화하지만 가끔은 ‘작은 사치’를 통한 행복감을 느끼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된 것도 이 같은 소비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애견용품, 고가의 자전거, 프리미엄 오디오, 피규어, 럭셔리 여행, 고급 레스토랑 등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해외의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들도 한국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에 1억 원을 훌쩍 넘는 스포츠카 시장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의 유명 스포츠카 업체인 페라리와 마세라티는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엔트리급(기본) 모델이 2억 원 후반에서 시작되는 페라리는 지난해 100여 대, 1억 원대 중반인 마세라티는 2013년 127대, 2014년 723대, 지난해에는 1200대 넘게 팔렸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독일의 대중적 수입차를 경험한 이들 중에서 보다 화려하고 차별화된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이들이 주 고객층”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전시장도 몇 년 전부터 차별화된 제품을 찾는 수요가 확대되면서 일반 제품보다 2∼3배 비싼 고가 프리미엄 제품 매출이 늘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