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중앙대 석좌교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항상 자금난을 하소연한다. 3차 부품업체들은 납품을 하고도 어음 결제관행에 따라 대기업으로부터 1, 2차 협력사를 거쳐 최장 180일이 지나서 대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은 실핏줄에 해당하는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원활한 자금순환이 일어나야 건강한 기업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중소기업의 실핏줄금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작년 3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시중은행과 함께 대기업에 납품하는 2차 이하 협력사들의 자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대기업이 협력사에 납품의 대가로 상생결제채권을 지급하고 협력사는 이 채권을 거래은행을 통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창조금융이다.
이러한 상생결제제도는 여신심사나 추가적 담보가 필요 없고 대기업 금리로 할인을 받으므로 1차 이하 협력사들에 혜택이 돌아간다. 시중은행의 온라인 결제상품이기 때문에 약정만 체결하면 즉시 활용할 수 있다. 차상의 협력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이에 대한 연대보증책임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넘겨야 할 상생결제채권을 오래 갖고 있지 않고 빨리 결제해줘야 한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이 상생결제채권으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 최대 0.2%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기로 했다.
올해 1월 말 현재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은 219곳으로 누적 이용금액은 30조 원에 이른다. 1년도 안 된 기간에 나타난 의미 있는 실적이다. 동반위는 상생결제시스템을 공공부문까지 확산하고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중견기업과 1차 협력사의 참여 확산을 위해 조세특례법상 세금공제대상에 중견기업을 포함시키도록 정부에 건의 중이며 대금결제 개선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 중소기업은 32만 개, 이 가운데 5인 이상 기업도 11만6000개나 된다. 이 가운데 약 17%만이 대기업과 거래하고 60%는 중소기업 간에 거래를 하고 있다. 상생결제제도가 정착되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해소되어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