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69)는 얼마 전 스마트폰으로 증권 거래를 하려다 진땀을 뺐다. 지난달 22일부터 증권사 지점을 가지 않고도 증권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듣고 딸의 도움을 받아 증권사 앱을 내려받았지만 계좌 개설에는 실패했다. 김 씨는 “인터넷 뱅킹을 하지 않아 기존 금융계좌로 신원확인을 할 수 없는 데다 영상통화를 통한 신분확인 절차도 복잡해 계좌 개설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증권사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등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非)대면 증권계좌 개설’이 허용된 지 2주가 지났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뱅킹에 서툰 중장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해서다.
○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 2주 만에 반 토막”
하지만 둘째 주 들어서는 ‘신규 서비스 효과’가 사라지면서 비대면 계좌 개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대면 방식으로 개설된 계좌 수가 시행 첫 주 1055개에서 지난주(2월 29일∼3월 4일)엔 565개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매일 개설 실적을 발표하던 일부 증권사는 실적 공개를 아예 중단하거나 월 단위로 공개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 시들해진 이유는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신원 확인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은 이체와 출금이 가능한 다른 금융기관의 본인 명의 계좌나 기존에 이미 등록된 공인인증서 또는 보안매체(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혹은 보안카드)를 이용해 소액(100∼1000원)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했다. 공인인증서나 기존 금융계좌가 없다면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계좌를 만들 수 없다는 의미다.
○ 10년 전 방식 그대로 한계…세대별 격차도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등은 계좌이체를 할 수 없을 경우 영상통화로 본인을 확인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상담사가 영상통화로 본인 여부를 확신할 수 없으면 계좌 개설을 거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온라인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 스마트폰으로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 신원 확인을 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나이가 많거나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일부 고객은 신분증을 찍어 보내려다가 실패하고 직접 지점을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