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가 (중국을) 침략한다고 하지만 ‘랑야방(琅琊榜)’은 한국의 드라마 팬들을 중국으로 데려왔다.”
5일 중국 베이징(北京)청년보는 인터넷판 기사로 지난달 27일 중국 저장 성 샹산(象山) 촬영장을 찾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소개했다. 이들은 바로 지난해 9, 10월 국내 케이블채널 중화TV에서 방영된 중국 드라마 랑야방의 팬 70여 명으로 중국 촬영지 등을 직접 찾아가는 여행을 다녔다.
랑야방은 중국 양나라를 배경으로 역모를 꾸몄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 매장소의 복수를 다룬 사극이다. 국내에서 중화TV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스트리밍 사이트 ‘티빙’에서 회당 최고 약 1만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자 여행상품까지 출시된 것이다. 1인당 경비가 110만 원 정도지만 호응이 좋아 현재 2차 투어 역시 예약이 끝났다.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가 히트해 남이섬 등 촬영지에 일본인 관광객이 등장했던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처럼 중국 대륙에서 ‘한류(漢流)’가 밀려오고 있다.

다음 웹툰에 연재 중인 중국 웹툰 ‘가딩’. 카카오 제공
게임에서도 중국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모바일 게임을 내려받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20위권 안에는 ‘뮤오리진’(4위) ‘백발백중’(13위) ‘구음진경’(20위·이상 3월 초 기준) 등 중국 게임이 3건이나 된다. 뮤오리진의 경우 다운로드 600만 건, 매출은 1000억 원(지난해 9월 기준)에 달한다. 국내 게임회사 ‘웹젠’ 관계자는 “한국에 수출만 하던 중국 게임업계가 이제는 아예 한국 지사를 두고 중국 게임을 서비스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류(漢流)의 급성장 요인으로 △막강한 자본력 △역사에 바탕을 둔 방대한 원천 콘텐츠 △해외 우수 인력 유입 등을 꼽았다. 일단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다르다. 톱스타 판빙빙이 출연한 드라마 ‘무미랑전기’(2014년)의 총제작비는 무려 500억 원. 인구수에 대비한 광고 수익이 한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아 가능한 제작비다. 이 드라마의 온라인 동영상 조회수는 약 125억 건, 역대 1위인 ‘화천골’(2015년)은 187억 건이 넘는다.
한국 기업과의 투자·협력, 제작 스태프 영입은 제작 노하우 습득 통로가 되고 있다. MBC 출신 김영희 PD는 중국에서 투자를 받아 만든 회사에 2월 국내 지상파 PD 5명을 영입했다. 표민수 신우철 부성철 등 스타 드라마 PD들도 중국에서 신작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11일 알리바바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를 매입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도 활발하다. ‘2016년 응답하라 콘텐츠 산업’ 보고서(현대증권)에 따르면 2010∼2015년 한국 콘텐츠 기업 인수 등에 투자된 중국 자본은 1조 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대만화(化)’로 우려하기도 한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만 역시 한때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주도했지만 창작자, 연예인들이 중국 활동에 매진하면서 황폐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한류(漢流)를 거스르기보다는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권 콘텐츠 수출입 및 배급을 하는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김원동 대표는 “중국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 등 젊은 세대의 눈높이는 한국과 거의 동등하다”며 “국내 콘텐츠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한류(漢流)를 이용한 한류(韓流)의 생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