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1집 ‘EAT’ 무료 공개 “이젠 팬들이 좀 사주셔야죠”
최근 2집 ‘ZISSOU’를 낸 래퍼 화지는 “관에 묻힐 때까지의 시간만이 존재에게 허락된 특권이라는 깨달음, 그 해법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인플래닛 제공
래퍼 화지의 2집 ‘ZISSOU’(2월 16일 발매) 표지 그림 얘기다. 앨범 제목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2004년)에서 따왔다. 영화 주인공은 바다란 별세계를 누비는 해양학자 겸 다큐멘터리 감독. “후회나 걱정 말고 이 순간에 가장 충실한 그 캐릭터를 동경해요.”
화지는 2014년 자신의 데뷔앨범 ‘EAT’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수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랩·힙합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염세와 냉소로 얼룩진 서울 누아르. ‘ZISSOU’는 그로부터 2년 만의 신작이다. 음원으로만 존재한 1집과 달리 2집은 CD로 나왔다. “1집 때 (제가) 퍼줬으니 이젠 좀 사셔야죠.(웃음)” 그는 “1집 ‘EAT’의 약육강식 세상이란 주제에서 거리를 두고 싶었다. 메시지에 치중하느라 놓친 음악적 균형 역시 2집에서 찾고자 했다”고 했다.
신작의 두 키워드는 시대착오적이다. 첫째, 히피. “저 같은 21세기 히피랑 20세기 히피의 공통점은, 시스템에 맞게 사육돼 톱니 맞는 곳에 들어갔다 안 맞으면 썩어 버려지는 것 말고 다른 삶도 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죠.”
둘째, 세기말. 2016년에… 세기말? “외환위기 사태 때랑 또 다른 절망감이 있어요. ‘야, 우린 망했어.’ 편하게 웃으며 얘기하는. ‘옆 나라에 폭탄이 터져’(‘구하소서’ 중) 우리 세대가 겪는 공포감. 현실 자체가 너무 세니까… 세기말처럼 강한 표현을 쓰지 않으면 전달이 안 되는 세상일지도….”
2집의 결말은 ‘이르바나’(마지막 곡)다. ‘반사회, 반문화, 반과학 비트닉(비트족)은 아냐… 사람 목숨이 다 숫자고 다 자기 수식을 찾았으면 할 때 난 그저 통계이길 거부하고 진짜 사람으로 살게.’ 음반은 미셸 우엘베크의 소설 ‘소립자’를 닮았다.
“다 보고 죽자.” 2집의 기운을 함축한 문장이자 화지의 인생 목표. 그렇다면 세계여행부터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랩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움. 보는 것은 이해하는 것도 되죠. 이 세상이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것, 나쁜 것. 우주 속 내 좌표가 어디인지…. 다 못 보고 죽겠죠. 시도라도 해야죠.” 화지는 13일 오후 6시 서울 벨로주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02-3472-6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