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방치된 노인들]병원 “일반 환자들 다 빠져나갈 수도”
최근 요양병원 업계의 최대 이슈는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의 수용 여부다. 일반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에이즈 환자들을 요양병원으로 옮기겠다는 보건당국의 지침에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이즈 환자 단체가 합세해 요양병원들을 규탄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요양병원이 에이즈 환자의 입원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는 한편 일반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던 에이즈 환자들에게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간병비를 지원하겠다’고 개별 통보했다. 항바이러스제의 발달로 인해 에이즈가 더 이상 ‘죽음의 전염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변했고,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환자부터 받으라고 하면 일반 환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은 실제로 최근 에이즈 환자 2명의 진료 의뢰를 받았지만 ‘차라리 진료거부죄로 벌금을 물겠다’며 입원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보건당국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2020년 건립할 예정인 감염병전문병원에 결핵 동반 에이즈 환자를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