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희균 기자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텍스트로 입력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다. 반면 정보가 입력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판단을 하는 것, 그리고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 정보를 인지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은 아직 뒤처진다.
1997년 5월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IBM의 딥블루가 정해진 패턴을 반복적으로 훈련했다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가상의 수를 내다보고 승률을 비교하면서 판세를 따지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한다. 19년 만에 이런 진화를 이룬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인공지능은 조만간 감각적인 정보를 인지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도 키울 것이다. 이는 우리 삶의 방식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런 전망은 그다지 먼 미래가 아니다. 지금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생길 일들이다. 또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전직이나 고용 불안을 고민할 때 마주할 변화들이다. 실제로 현재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수요가 많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발자,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가, 소셜 미디어 전문가 같은 직종은 10년 전에 대부분 존재하지도 않았던 점을 떠올리면 일자리 구조가 얼마나 급변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지금 한국의 교육 방식, 한국 부모들의 교육관은 우리 아이들에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 미래학자들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에 가장 타격을 받을 직종으로 의사, 회계사, 법조인 같은 이른바 ‘전문직’을 꼽는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아이들이 자라는 사이 없어질 직종’을 위해 정해진 답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교육을 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존의 정보로 답을 구하는 분야라면 갈수록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과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진로를 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막막하기만 하다. 단순 기술이 아닌 창의력과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윤리 및 감성과 관련한 문제, 그리고 기존의 정보를 넘어서는 도전 정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진화론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가장 강한 자(the strongest)가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한 자(the fittest)가 살아남는다’는 말은 지금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명제일 수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