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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신민영]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처방

입력 | 2016-03-07 03:00:00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수출 감소세가 역대 최장인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였던 감소폭이 올해 두 달 동안에는 15.6%로 늘어났다. 현재의 부진은 구조적 성격이 강해 얼마 안 있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의 차원이 이전과는 아예 다르다.

수출 증감은 세계교역 변동과 교역상품 구성 변동, 시장점유율 변동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교역의 부진이다. 지난해 수출 감소의 70%가 세계교역 위축에 의한 것이다. 세계경기 부진으로 교역이 위축되는 데다 세계경기 부진에 비해서도 교역이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분업구조 확산과 선진국 버블경제에 힘입은 수요 증가로 세계교역이 급증했지만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며 글로벌화가 둔화하는 등 교역이 조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가 하향 흐름을 보이면서 수입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등 개발도상국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상품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수출 환경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전기전자, 철강, 조선 등 내구재와 자본재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서비스화로 내구재의 수요비중 하락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세계경기 하향에 따라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약화되면서 자본재 교역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서 소비로 성장 방식이 변화하면서 중국의 투자 증가율이 2000년대 중반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부담이다.

수출 규모는 줄어들지만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우리가 선방하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출이 줄어들고 매출이 압박을 받음에 따라 투자를 포함한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우리 주력 품목들은 전기전자, 조선 등 세계시장 내 선두자리가 빈번히 바뀌는 치열한 경쟁 산업에 몰려 있다.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등에서 중국은 추격을 넘어 추월을 현실화하고 있고 선박 신규 수주에서도 우리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수출 부진은 당연히 성장둔화를 초래한다.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 하락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내수보다도 수출 부진이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을 먼저 경험한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가운데 대외부문의 비중이 일본보다 훨씬 높아 과거 일본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화장품 등 새로운 품목에서 수출 확대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세계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제약 등 바이오 분야와 항공기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부문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나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내수기반 강화는 성장세 확충에 더해 대외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경제구조를 갖추는 일도 된다. 요체는 규제 개혁을 통해 경쟁과 효율을 지향하는 것이다. 상황의 절박성에 비해 개혁 의지는 한참 못 미친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규제개혁에서 기존 사업자의 이권에 발목 잡혀 새로운 경쟁 도입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봉쇄되는 일이 잦다는 이야기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