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는 ‘동백아가씨’를 첫 노래로 골랐다. 마지막 소절 ‘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에서 ‘나’를 숨이 가빴는지 반주보다 반 박자 빨리 불렀다. ‘역시 일흔다섯이라는 나이는 못 속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창력도 떨어지고 힘도 부족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관객을) 모시겠다’고 한 고백이 엄살이 아니구나 싶었다. 하지만 한 곡 한 곡 이어지면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호흡도 길어졌다. 50대의 바리톤 고성현과 듀엣을 할 때는 밀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는 공연에서 모두 19곡을 거뜬히 소화했다.
▷탤런트 강부자는 이미자와 동갑이다. 강부자는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대가족의 구심점인 할머니로 출연한다.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쓰는 김수현은 두 살 아래다. 배우들의 대화가 일흔셋 작가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통통 튄다. 이래서 ‘김수현 김수현 하는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김수현보다 한 살 어리다. 그는 내년 3월부터 500만 과학기술인의 ‘큰 어머니’로 나선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