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의 1차 공천심사 결과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날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 결정에 “단수 추천은 당을 분열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터라 공관위 결정이 반려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싱거웠다. 최고위는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공관위 결정을 추인했다. 이 위원장의 판정승이다. 그는 최고위 참석 후 “앞으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면서 “공관위는 독립된 기관으로 누구도 압력을 넣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새누리당 공천을 책임지고 있는 이 위원장의 행동은 지나치게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예고 없이 1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극도로 민감한 단수와 우선추천 지역을 다수 선정했고, TK(대구경북) 출신의 친박 중진인 김태환 의원을 현역 가운데 1번 타자로 공천 탈락시켰다. 당헌 당규 위반 지적이 나오자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이 났는데 교본대로 하면 죽는다”고 응수했다. 공천의 원칙인 상향식 경선을 위주로 하되 단수와 우선추천을 최대한 병행하는 이한구식 공천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와 당헌 당규까지 능가할 정도로 비치는 이 위원장의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가 국민의 바람인 것은 사실이다. 경쟁 상대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10명의 현역을 공천 탈락시킨 데 이어 어제 일부 전략 공천을 발표했고, 조만간 추가 탈락까지 예고하고 있는 점도 자극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 어제 예비후보 추가 공모를 마감한 선거구 변경 지역 102곳에 하필이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가 포함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유 의원을 경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유력 인사를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공천이란 이 정도로 민감한 것이다. 공천은 유권자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지 대통령 해바라기가 아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공감을 못 얻는 공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