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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잊혀진 형제의 나라’ 대만… 좀 더 가까워질수 있을까

입력 | 2016-03-08 03:00:00


확실히 형제의 나라군요 ―대만·거대한 역사를 품은 행복의 나라(최창근·리수·2014년)

대만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에 관한 기사를 공유했다. 이를 본 대만 외교부의 한 외교관은 저자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댓글을 달았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몸싸움이 대만인에게도 낯선 풍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기억이 희미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만과 한국은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불렀다. 대만의 국부인 장제스(蔣介石)가 생전 마지막으로 택한 해외 출국길이 광복 직후 한국이었고,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타이베이의 중정기념관에는 주요 외국 인사의 사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들어가 있다. 1950년대 중국과 대만이 맞붙었을 때 한국의 언론은 대만 편에 서서 이를 보도했다. 공산주의와 맞서 싸워야 할 운명의 최전선에 두 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2년 한국의 단교 통보로 대만이 현재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명동 대사관을 내준 날부터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이후 대만의 반한 감정은 유력 정치인의 입 등을 통해 확산됐고, 양국의 교류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형제의 나라라고 했던 곳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히 떨어져간 것이다. 걸그룹 멤버인 쯔위가 한국의 한 방송에서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을 때 한국 사회가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대만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나서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단적인 예다. 청천백일기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한국 사회가 그만큼 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출판계에도 대만에 대한 무관심은 마찬가지다. 대만의 문화와 사회에 대해 알 수 있는 신간 서적이 드물다. 비슷한 수준의 경제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대만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다시 한국과 대만이 형제의 나라로 되돌아가는 것은 국제관계를 고려했을 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인근 국가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젊은 유학생이 쓴 것이라 대만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까지는 없지만 이 책은 잊혀진 형제의 나라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대만 입문서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