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컷오프 앞두고 정치 재개 예고… 김종인측 “상의없이 움직여선 안돼” 국민의당 “文, 상왕 자리 내려놔야”
당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 전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당 비대위의 2차 컷오프 대상 결정(9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2차 컷오프는 문 전 대표 체제가 설계한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와는 완전히 별개다. 문 전 대표의 영향권 밖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사흘 전인 4일 야권 통합을 제안하면서 “앞으로 (친노) 패권 정치가 다시는 더민주당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2차 컷오프에서 일부 친노를 넘어 무차별적으로 친문(친문재인) 의원들까지 솎아낸다면 문 전 대표로서도 방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활동 재개 의사는 김 대표를 향한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 일각에선 김 대표와의 ‘역할 분담론’도 나온다.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김 대표가 당의 외연 확장을 맡고, 문 전 대표가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두 사람의 ‘2인 3각’ 관계가 순항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이날 6곳의 전략공천 지역을 확정했다. 이 중 오기형, 표창원, 김병관, 김정우, 하정열 예비후보 등 5명은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다.
문 전 대표의 움직임에 야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대표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직까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반(反)문재인 정서’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김 대표와 상의 없이 움직이는 일은 안 된다”며 “특히 호남을 방문하는 것은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세에 나섰다. 김재두 대변인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 있다면 더민주당의 상왕(上王)직을 내려놓고 자중자애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