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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웨딩촬영 카메라에 딱 걸린 축의금 털이범

입력 | 2016-03-08 03:00:00

식장 CCTV없어 수사 난관 와중… 접수대 사진에 우연히 찍혀 덜미




“어, 봉투가 어디로 갔지?”

1월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랑 A 씨(34)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식을 마치고 축의금 받은 내용을 정리하다가 일부 지인들의 봉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분명히 식장에서 그들과 인사도 나눴고 방명록에도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이들의 축의금 봉투는 찾을 수 없었다.

지인들은 “분명히 축의금을 냈다.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 것까지 함께 건넸다”고 했다. 자세히 확인해 보니 사라진 봉투는 13개로 총 105만 원 상당이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A 씨가 식을 올린 교회 로비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다.

난관에 부닥친 수사는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A 씨가 고용한 웨딩촬영 사진사가 무심코 축의금 접수대를 찍어 뒀던 사진에 범인의 모습이 잡힌 것이다. 사진 속에서 깔끔한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은 접수대 앞에 서서 하객에게 봉투를 건네받는 등 가족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는 A 씨 가족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의 전과자와 대조해 중년 남성이 전과 14범인 김모 씨(59)임을 확인하고 지난달 26일 체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