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국경 봉쇄로 3만여명 발 묶여… 3월말까지 10만명 이상 증가 예상 유엔 “그리스, 난민 수용소로 전락”… EU-터키 난민사태 대책 집중 논의 국경 통제-불법 난민 송환 등 검토
새해 들어 서유럽 국가들과 발칸 국가들이 유럽행 난민들에 대한 국경 통제를 강화하자 그리스가 발 묶인 난민들의 거대한 ‘수용소’로 변하고 있다.
6일 오후 마케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리스 북부의 이도메니 난민 캠프. 국경 근처에서 수주째 발이 묶인 난민 수천 명이 철조망을 뚫고 지나가려다 최루탄을 쏘며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나이 든 노모와 열 살 미만의 두 딸을 안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탈출해 온 나르제스 알 샬라비 씨(27)는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2주가 넘도록 국경이 열리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오늘 2시간 동안 줄을 서 샌드위치 하나를 겨우 얻었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특히 마케도니아는 5일부터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내전 중인 3개국 난민에게까지도 국경을 닫아버렸다. 이 때문에 그리스 북부 이도메니 난민촌(1500명 수용)에는 1만3000여 명의 난민이 몰려 있는 상태다. 현재 그리스 전체에 발이 묶인 난민은 3만2000여 명으로, 이달 말까지 1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그리스 전체가 ‘난민 강제수용소’로 전락하고 있다”며 인도주의 위기를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는 올해 난민 관련 비용에 10억 유로(약 1조3200억 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라며 그리스가 ‘폭발 직전의 압력솥’ 같다고 보도했다.
EU와 터키는 7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위기에 처한 그리스 지원 방안과 유럽 난민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는 ‘국제적 보호가 필요 없는 불법 난민은 대규모로, 신속하게 터키로 송환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발칸 국가들의 국경 통제를 지지하는 선언을 채택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터키는 지난해 11월 자국에 머무르고 있는 시리아 등 중동 난민 200만 명의 유럽행을 막는 대신 EU로부터 30억 유로를 받아 터키 내 난민캠프 증설 등에 사용하는 협약을 맺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3일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와 만난 뒤 “너무 많이 몰려드는 유럽행 난민을 막기 위해 대규모 송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U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6일에도 터키 남서부 에게 해에서 그리스로 가려는 난민들을 태운 배가 침몰해 25명이 숨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에게 해에 군함 4척을 이동 배치해 난민 밀입국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