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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앞두고 알파고 개발 책임자가 밝힌 대국 전망은…

입력 | 2016-03-08 17:13:00


“알파고가 자신과의 대국을 통해 꾸준히 발전했지만 아직 이세돌 9단과 같은 기력(棋力)까지 가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을 앞두고 겸허한 대국 전망을 밝혔다. ‘세기의 대결’을 위해 방한한 그는 8일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실버 박사는 “이세돌 9단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준비하진 않았다. 충분한 학습이 필요한 알파고의 특성 때문에 이세돌 9단에 대한 기보만을 학습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꺾은 뒤 알파고의 인공신경망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번 대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알파고가 뛰어난 바둑 실력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 등 2가지 인공신경망의 공이 크다. 정책망은 아마 5단급 바둑 기사의 기보 3000만 건의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바둑기사들이 어떻게 돌을 놓는 지를 보고 최적의 수를 반복 학습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알파고는 바둑기사의 다음 수를 예측하는 정확도를 57%까지 끌어올렸다. 이전까지 개발된 바둑 관련 인공지능의 예측 정확도는 44%가 최고였다.

바둑기사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알파고는 자신과의 대결을 통해 실력을 키워갔다. 정책망끼리의 ‘셀프 대국’을 통해 승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알파고의 바둑실력은 아마 3단급에 이르렀다.

바둑 경기를 보면서 승자를 예측하는 훈련에는 가치망이 동원됐다. 실제 경기의 승자가 다르게 나오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승리 예측도를 끌어올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알파고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실버 박사는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은 인공지능 ‘딥블루’와 알파고의 차이에 대해 “딥블루는 체스와 관련된 정보를 일일이 입력해 만든 ‘체스에 특화된 인공지능’이지만 알파고는 ‘범용 알고리즘’을 적용해 얼마든지 용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은 영국 국립보건국과 협업해 AI로 개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실버 박사는 겸허한 전망을 내놨지만 이날 컨퍼런스에 참가한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 기술책임자이자 이사회 임원인 안드레아스 덴겔 이사는 ‘알파고의 승리’를 점쳤다. AI 분야 석학인 던겔 이사는 컨퍼런스에 앞서 실시된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만약 이번에 알파고가 지더라도 AI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덴겔 이사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매일같이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알파고가 인간의 지식과 창의력을 뛰어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던겔 이사는 또 한국이 AI 분야 강국이 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중요한 기술발전의 역할을 맡아야 하고, 그 결과는 모두에게 공유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이재웅동아사이언스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