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년 리더]<19>유아용 안전벨트 인형 만든 ‘키두’ 유수진-정세경 공동대표
유아·어린이용 자동차 안전벨트 각도 조절 인형인 ‘허그돌’을 만든 키두의 유수진(왼쪽), 정세경 공동대표.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들은 키두를 ‘엄마들이 인정하는 아이디어 유아용품 개발 회사’로 키우고 싶어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어린이 안전용품 디자인 회사 ‘키두(KIDU·Kid와 You의 합성어)’의 유수진(28), 정세경(27) 공동대표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제품을 설명하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KAIST 학부와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은 “아이의 안전을 가장 신경 쓰고 동시에 개성 있는 제품을 원하는 신세대 엄마들의 마음을 잡은 게 성공 비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허그돌’은 아이들이 느끼는 안전벨트의 까칠한 촉감과 불편함을 푹신하고 귀여운 인형으로 없애는 게 목표다. 허그돌을 구입한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안전벨트 투정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두 제공
자신감이 생긴 정 대표는 대학원 졸업을 준비하던 2013년 7월 평소 마음이 맞고, 전공 관련 대화를 많이 나눴던 유 대표와 함께 KAIST 창업원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최종 결선에 오른 10개 팀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과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같은 깐깐한 평가위원들도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유 대표와 정 대표는 대회 1위 상금(1000만 원)과 외부 용역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이듬해 2월 키두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허그돌은 세계적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제품 디자인 부문)에서도 입상했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업종이 아니라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큰 자금이 필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브랜드와 명성을 따지는 업종에서 신생 업체가 인지도를 올리는 건 쉽지 않았다.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기도 버거웠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키두가 선택한 전략은 백화점 진출.
유 대표는 “‘엄마’들에게 인정받으려면 검증받은 제품이란 이미지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백화점 진출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판매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제품을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 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지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해 백화점 관계자에게 혼도 많이 났다”며 웃었다.
현재 허그돌은 전국 50여 개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의 유아용품 편집매장(한 장소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올해 초 기존 모델(6만9000원)보다 저렴한 원단으로 제작한 ‘허그돌 라이트’(3만9000원)도 내놓고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 유아용품 업체 중 아이디어 제품을 파는 곳이 드물다”며 “‘아이디어 유아용품=키두’란 공식을 만드는 게 미래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무작정 창업을 결정하지 말고 평가부터 철저히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특히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 창업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일단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품을 냉정하게 평가받고, 창업경진대회 같은 검증된 경쟁에도 나가봐야 실제 제품의 경쟁력을 알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고 확신과 자신감이 생길 때 창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