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자 대북제재 조치]
김정은
정부는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6개월(180일) 내 국내 입항을 전면 금지했다. 정부는 “보통 6개월이나 그 이상으로 운송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큰 손해로 이어진다”며 “외국 선사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선 북한과의 운송 계약을 기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지난달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 66척이 국내 항만에 104차례 입항해 철강 잡화 등을 수송했다. 대부분이 중국 선박이었다. 지난해 북한을 거쳐 일본에 입항한 외국 선박은 44척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물자의 해상 수송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제3국 국적이지만 실제로는 북한 소유인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의 해운제재 조치에 따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추진해온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도 전면 중단됐다. 북한 나진항을 거쳐 포항항 등으로 러시아 석탄을 수입하는 것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다만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으면 사업 재개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의사를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의 독자 제재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자체 정보에 따라 지목한 독자 제재 대상에는 WMD 개발에 관련된 군수업체와 물품조달업체, 북한 핵심 파워엘리트들이 대거 올랐다.
북한군 미사일 운용을 담당하는 전략군의 김낙겸 사령관은 한국 정부만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해외 자금조달 핵심 금융기관인 일심국제은행과 북한 무기수출회사인 팬시스템 평양지사의 실체를 정부가 독자적으로 확인해 제재 대상에 올린 것도 주목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이집트, 싱가포르 등 6개 나라 회사와 대만, 싱가포르인 2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과 금융·외환 거래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3억 원 미만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차원의 2차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인 것. 하지만 이들의 국내 입국이나 해외여행 등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