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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도발-미사일 총책… 유엔-美가 빠뜨린 인물 대거 포함

입력 | 2016-03-09 03:00:00

[정부, 독자 대북제재 조치]




정부가 8일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 중 북한의 자금줄을 죄는 데 실효성이 가장 큰 것은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한 해운제재 조치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에 주는 임팩트가 매우 크다”며 “중국과의 무역도 철도나 육로뿐 아니라 바다로 많이 하기 때문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해운회사들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해운국인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해운제재를 가하면 한일 양국과 해운사업을 계속하려는 선박회사들은 북한과의 거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

○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전면 중단

정부는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6개월(180일) 내 국내 입항을 전면 금지했다. 정부는 “보통 6개월이나 그 이상으로 운송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큰 손해로 이어진다”며 “외국 선사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선 북한과의 운송 계약을 기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지난달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관건은 제재 대상인 북한 선박의 동향 감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선박의 상당수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것으로 나타나 현재 위치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AIS를 끄면 현재 위치를 알리는 신호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모든 배에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자신의 위치를 기록하는 ‘항적기록장치’가 있다”고 말했다. 항적기록장치를 분석하면 의심 선박이 북한 항구에 다녀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 66척이 국내 항만에 104차례 입항해 철강 잡화 등을 수송했다. 대부분이 중국 선박이었다. 지난해 북한을 거쳐 일본에 입항한 외국 선박은 44척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물자의 해상 수송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제3국 국적이지만 실제로는 북한 소유인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의 해운제재 조치에 따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추진해온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도 전면 중단됐다. 북한 나진항을 거쳐 포항항 등으로 러시아 석탄을 수입하는 것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다만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으면 사업 재개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의사를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 정부, 김영철 대화 상대로 인정 안 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의 독자 제재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자체 정보에 따라 지목한 독자 제재 대상에는 WMD 개발에 관련된 군수업체와 물품조달업체, 북한 핵심 파워엘리트들이 대거 올랐다.

정부는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현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지목했다. 현직 대신 과거 직함을 사용함으로써 그가 목함지뢰 도발, 천안함·연평도 도발 등에 관여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김영철이 남북 대화를 맡고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제재 대상으로 지목함으로써 김영철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대화보다 제재를 통한 압박 국면임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군 미사일 운용을 담당하는 전략군의 김낙겸 사령관은 한국 정부만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해외 자금조달 핵심 금융기관인 일심국제은행과 북한 무기수출회사인 팬시스템 평양지사의 실체를 정부가 독자적으로 확인해 제재 대상에 올린 것도 주목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이집트, 싱가포르 등 6개 나라 회사와 대만, 싱가포르인 2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과 금융·외환 거래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3억 원 미만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차원의 2차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인 것. 하지만 이들의 국내 입국이나 해외여행 등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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