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국제부 기자
항공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고부가가치의 항공정비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영컨설팅기업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여객기 등 민간 항공기는 2025년까지 현재보다 1만 대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항공기의 정비시장 규모는 지난해 671억 달러(약 81조 원)에서 2025년 1004억 달러(약 121조 원)로 늘어난다.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항공 산업에 주목했다. 항공기 제조업은 선발 주자들과의 기술, 자본 격차가 너무 커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미국과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이 주도해온 항공정비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내다봤다.
이런 노력으로 싱가포르의 항공정비 산업은 1990년대부터 매년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현재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항공정비 산업의 10%를 차지할 정도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정비 시장의 25%가 싱가포르 몫이다. 싱가포르의 항공정비 기업 STA는 업계 6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컸다. 항공정비 분야 종사자만 2만여 명으로 늘었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이공대는 항공 분야를 특화해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셀레타르 공항 인근에는 항공산업 복합단지인 ‘셀렉타 에어로스페이스 파크’를 짓고 있다.
한국은 세계 8위의 항공운송 대국이다. 수백 대 전투기를 보유한 막강한 공군력을 바탕으로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제작할 정도로 기술력도 뛰어나다. 항공정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시장도 가까워 잠재력도 무한하다. 중국, 인도 등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아시아 국가들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2025년까지 현재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의 항공정비 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성장해서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선, 철강 등 기존 주력 산업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방치했던 숨은 자산만 활용해도 성장의 길은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