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핀란드 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오죽하면 현직 재무장관이 ‘유럽의 새로운 병자’라고 자가 진단을 했을까. 세계가 주목하던 북유럽의 강소국이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이어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실업률은 9.3%로 치솟았다. 주요 교역국 러시아의 침체, 애플에 무너진 국민기업 노키아와 함께 경쟁력 없는 고(高)임금 체계가 원인으로 꼽힌다. 노동생산성은 유로존 평균에 못 미치는데 인건비 수준은 유로존에서 독일과 더불어 7위를 차지한다.
▷노조 가입 노동자가 전체의 4분의 3에 이르는 핀란드 노동계가 마침내 암울한 상황을 뼈저리게 인식한 것 같다. 헬싱키타임스에 따르면 이 나라의 3대 노총 중 최대 규모인 SAK 집행부가 임금 삭감, 근로시간 연장을 포함한 사회적 대타협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생산직 노동자가 주축인 노총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지만 집행부가 찬반 투표(14 대 5)로 통과시켰다. 6월 말 확정되면 2019년까지 노동비용을 5%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