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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인공지능 ‘알파고’에 패배…186수만에 돌 던져

입력 | 2016-03-09 16:36:00

이세돌 “이제야 비로소 승률은 5대 5”
구글 딥마인드 CEO “우리가 달에 도착했다”




“사실, 충격적이다. 구글 알파고에게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패배해서) 너무 놀랐다. 바둑 면에서 이야기하면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졌다.”

9일 이세돌 9단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종일관 떨리는 목소리로 “알파고의 실력에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9단은 대국 종료 후 40분 뒤 굳은 얼굴을 한 채 간담회장에 들어선 뒤 착잡한 얼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알파고가 초반에 경기를 힘들게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도 “알파고가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과 사람으로 치면 도저히 둘 수 없는 수로 승부수를 던진 점에 대해 놀랐다”고 했다.

그는 알파고와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 즐겁게 바둑을 뒀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 중간 평소 대국에서 볼 수 없었던 당황한 표정들을 보였다. 그의 스승인 권갑용 8단은 대국 중 긴장한 듯 웃거나 굳은 표정을 짓는 이 9단을 보면서 “세돌의 저런 표정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 9단은 다만 첫날 대국에서 패배했지만 남은 네 번의 대국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알파고의 대국 패턴을 알게 된) 이제야 비로소 승률은 5대 5”라며 “오늘 포석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졌지만 그런 점을 보완한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판후이 2단과 비교했을 때 (나는) 세계 대회 우승도 했고 실전 경험 자체가 달라 1국을 졌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판후이 2단은 지난해 10월 알파고에게 5대 0으로 패배한 중국의 프로 바둑기사다.

자신에게 알파고가 어떤 존재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9단은 턱에 손을 괴고는 “정말 놀라움을 선사한 알파고지만 지금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최고경영자)는 9일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하사비스는 또 멋진 경기를 보여준 이 9단에게도 존경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 9단과는 달리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구글 알파고 팀원들은 승리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마찬가지였다. 하사비스는 승부가 결정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달에 도착했다”며 “우리 팀(알파고팀)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며 알파고의 경기 결과를 기쁘게 생각 한다”며 “이세돌 9단의 전투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 때문에 오늘 게임이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넘쳤다. 그에게 거대한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알파고 개발 책임자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오늘 대국에서 알파고는 모든 순간순간마다 자신이 보유한 한계치까지 가야만 했다”며 “오늘 이룬 업적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며 이 9단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9단도 “제게 바둑적인 존경심을 표하셨는데 저도 알파고를 만든 두 분(하사비스, 실버)께 깊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